취재수첩

세계 최고 부자대학 하버드에 들어간 헤지펀드 거물의 돈   본문

나라 밖 이야기/미주

세계 최고 부자대학 하버드에 들어간 헤지펀드 거물의 돈  

남지원 2015. 6. 7. 16:31

‘세계 최고 부자 대학’ 하버드가 최근 역대 최고액 기부를 받았다. 감사 표시로 단과대학에 기부자의 이름까지 붙여줬지만, 대학 측이 ‘비전있는 리더의 전형’이라 예찬한 기부자가 헤지펀드 업계의 큰손이어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6일 허핑턴포스트에 “독일의 은행이 친절하게도 하버드 공대에 4억달러를 기부했는데, 이상하게도 하버드는 공대에 헤지펀드 매니저의 이름을 붙였다”고 비꼬는 글을 썼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인 폴슨은 최근 4억달러(약 4450억원)를 기부했다. 이 대학이 개교 이래 단일 기부자에게 받은 기부금 중 최고액이다. 하버드는 기부 대가로 공학응용과학대학 이름을 ‘존 폴슨 공학응용과학대학’으로 바꾸기로 했다.

 

제프리 삭스 “남 망하게 해서 번 돈, 부자 대학에” 비난


폴슨은 골드만삭스와 함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는 만큼 자신이 이득을 보는 쪽에 투자해 거액을 벌어 헤지펀드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미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복잡하기 짝이 없는 이 파생상품 채권을 보유한 은행들은 줄줄이 파산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났다. 독일 IKB은행도 1억5000만달러를 날렸다. 하지만 골드만삭스가 나중에 금융사기 혐의로 5억5000만달러의 벌금을 문 반면 폴슨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다. 

 

존 폴슨


삭스는 “폴슨의 기부금은 결국 IKB은행에서 나온 것”이라며, 단과대 이름까지 바꾼 하버드의 부도덕성을 질타했다. 유명 작가 맬컴 글래드웰도 폴슨의 기부에 대해 트위터에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대신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대학에 4억달러나 주다니, 참 현명하네요”라고 썼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하버드가 기부금으로 운용하는 자금은 364억달러(약 40조5060억원)에 이른다. 대학 측은 지난 한 해에만 기부금 11억6000만달러를 챙겼다. 한술 더떠 하버드는 2018년까지 65억달러를 모금하는 캠페인에 착수, 단과대 이름까지 바꿔주며 적극적으로 기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홍콩 항룽그룹을 소유한 챈 가문이 3억5000만달러를 내놓자 하버드는 이 기업 창업자의 이름을 따 보건대학원 명칭을 T.H.챈 보건대학원으로 바꿔줬다. 이전까지 하버드에 사람 이름이 붙여진 대학은 케네디스쿨밖에 없었기 때문에, 대학본부가 돈에 혈안이 돼 “대학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하버드에 몰리는 기부금은 결국 특권층에게 돌아간다는 비판도 크다. 대학 측은 기부금으로 학부생 65%를 경제적으로 지원해준다고 홍보하지만 이 대학 신입생의 절반 이상은 부유층이다. 미국 내 상위 1%에 해당하는 연소득 50만달러 이상의 가정 출신도 13%나 된다. 억만장자들이 부자 대학에 기부하고 세금을 감면받는다는 비난도 많다.

 

무엇보다 하버드는 기부금을 금융시장에 투자,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그래서 대학 자체가 금융 투기세력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하버드의 투자수익률은 15.6%나 됐다.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하버드를 꼬집으며 “돈 많은 대학일수록 거액을 들여 최고의 전문가를 고용해 수익률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엄청난 기부금을 챙긴 ‘부자 대학의 돈놀이’가 분배 불평등에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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