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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 이야기/미주

아동성매매 생존자들의 증언 - 이것이 왜 선택이란 말인가

남지원 2015. 7. 30. 18:41

미국 국무부는 매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한다. 전세계 국가들을 인신매매 방지 우수국가부터 인신매매 취약국까지 4개 등급으로 분류한 이 등급에서 미국은 물론 부동의 최고 등급이다. 인신매매라는 말은 동남아시아나 남미에서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지는 음습한 범죄를 연상시키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매년 수만 명의 미국 어린이들이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동안 아동 600명을 성매매에서 구출했다. FBI는 아동 성학대가 미국에서 “전염병 수준으로 퍼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에는 ‘브레이킹 프리’라는 성매매 생존자 인권단체가 있다. 한때 성판매에 종사했던 베드니타 카터라는 여성이 설립한 이 단체는 1996년부터 성매매 생존 여성들을 돕고 역량을 개발하는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브레이킹 프리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여성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일견 소녀들이 성매매를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의사결정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방송은 묘사한다. 성매매를 스스로 ‘선택’하기에 아이들은 너무 어렸다. BBC가 만난 한 여성은 14살 때 마약굴에 팔렸다. 그녀를 마약굴로 데려간 친척 아주머니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딸을 판 대가로 900달러를 줬다. 그녀는 마약굴에서 성폭행을 당했고, 곧 마약을 하게 됐다. “지금 당하고 있는 학대는 내 잘못이고, 내가 선택한 길”이라고 그녀가 믿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7살 때 마약을 하고 싶어서 집을 나와 성매매를 시작한 여성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14살 때 자신을 좋아한다고 여긴 남자에게 납치당해 2년간 집에 돌아오지 못한 적이 있다. 그녀가 주체적으로 성판매 노동자의 길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상황이 그녀를 성매매로 이끈 셈이다. 많은 여성들이 비슷한 경험을 한다. 브레이킹 프리에 참가하는 여성들의 절반은 18세가 되기 전에 성매매를 시작했다. 지금도 이들 중 상당수는 18세 언저리다. 


이들도 평범한 삶을 동경한다. 한 여성은 취재진에게 “아이들을 돌보며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요. 자유를 되찾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성매매에 동원됐던 여자아이들에게 ‘평범한 일’이란 이미 학대와 마약과 섹스가 돼버렸다. 게다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성매매를 그만두더라도 다시 돌아가지 않기는 매우 어렵다. 한 여성은 22살 때 첫아이를 낳고 성매매를 그만두려 했지만, 넷째아이 출산을 앞둔 지금까지 성산업을 완전히 떠나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여성은 임신 5개월째지만 성매매를 중단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브레이킹 프리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다. 그녀는 12살 때 옆집 아저씨가 주는 돈을 받고 토플리스 누드 사진을 찍은 뒤 성매매로 흘러들었다. 그녀가 선택한 일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12살짜리의 선택을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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