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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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 이야기/미주

'철의 여인' 호세프 위기 빠뜨린 긴축정책

남지원 2015. 8. 18. 09:00

브라질 시민들이 ‘전국 행동의 날’로 선포한 16일, 내년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대로 가득찼다. 가난한 북부 아마존 지방에서부터 수도 브라질리아와 상파울루 등 브라질 전역의 240여개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상파울루 금융지구에 쏟아져나온 시민만 13만5000여명이나 됐다. 브라질리아 국회의사당 앞에도 2만5000여명이 모였다. 브라질사회민주당 등 야당들도 합류했다.


재선에 성공한 지 고작 10개월도 안 된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대규모 전국 시위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호세프 정부는 “시위도 민주주의의 일부분”이라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치는 않다. 이달 초 여론조사에서 호세프 대통령 지지율은 처음으로 한 자리수대인 8%로 떨어졌다. 브라질에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악이고, 1992년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대통령이 탄핵당하기 직전 받은 지지율인 9%보다도 낮다. 응답자 중 66%는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시위에 불을 지핀 것은 집권 브라질노동자당 전·현직 정부 인사들이 줄줄이 연루된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수사 대상에 직접 포함돼 있지 않지만 뇌물수수 사건의 대부분이 호세프가 회사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발생했다는 점에서 파장을 피할 수는 없는 상태다. 근본적인 문제는 브라질이 민주정부 수립 25년만에 맞은 최악의 경기침체다. 브라질 경제는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여파로 오랜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달러 강세와 위안화 평가절하로 헤알화 가치가 흔들리며 물가가 폭등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13년간 집권했던 브라질노동자당 정부의 가장 큰 성과는 빈곤층 수천만명을 중산층으로 새로 진입시켰다는 것이지만, 실업률이 폭등하면서 새 중산충들이 다시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호세프 2기 정부의 긴축정책은 브라질노동자당의 오랜 지지층인 노동자 계급조차 등을 돌리게 했다. 상파울루 외곽에 사는 은퇴 노동자 프란치스코 모삭은 로이터통신에 “정부가 하는 말은 예산삭감뿐이지만 이로 인해 우리 같은 사람은 피해만 보고 있다”며 “전기세가 1년 동안 2배나 올랐다”고 말했다.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다타풀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호세프를 가장 열렬히 지지했던 빈곤층이 지금은 호세프 탄핵에 가장 많이 찬성하는 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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