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위안부 재단, 위안부 전문가 아닌 ‘일본통’ 위원들 절반 차지 본문

우리나라 이야기/여성

위안부 재단, 위안부 전문가 아닌 ‘일본통’ 위원들 절반 차지

남지원 2016. 10. 13. 18:52

31일 공식 출범한 일본군위안부재단 설립준비위원회에는 위안부 전문가들이 아닌 ‘일본 전문가’들만 다수 포진했다. 위원장은 새누리당 당직 경력이 있는 사회복지학자가 맡았고, 위원장과 정부 인사를 제외한 민간위원 중 절반은 일본 전문가들로 채워졌다. 한·일 위안부 합의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해왔던 국내 주요 위안부 연구자와 활동가들에게는 참여 제안조차 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 설립 준비 단계에서부터 위원들의 전문성 부족과 편향성 등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준비위 1차 회의에서 선출된 김태현 위원장(성신여대 명예교수)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33년간 재직하며 한국여성학회장과 한국노년학회장,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위안부 관련 경력은 전무하다. 2007년과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에서 당직을 맡았다. 

김 위원장은 “위안부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지 않았을 뿐 노인과 여성 문제를 33년간 연구했고 노인 돌봄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3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김태현 일본군위안부 재단설립준비위원회 위원장이 첫 회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준비위원 10명 중 당연직인 외교부와 여성가족부 국장급 인사 2명을 제외한 8명 중에는 일본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이 많다. 주일본 대사를 지낸 ‘지일파’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도쿄특파원 경력이 있는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 일본 전문가인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 정부의 위안부 백서 사업을 수행한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위안부 관련 경력이 눈에 띄는 인물은 이원덕 교수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으로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을 맡았던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정도다. 

정부는 한·일 합의를 비판한 위안부 연구자들이나 피해 당사자 단체에는 위원회 참여 제안조차 하지 않았다. 위안부 백서 사업을 이원덕 교수와 공동으로 맡았던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가 참여 제안을 받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원덕 교수는 한·일 합의 이후 칼럼 등을 통해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반면 이신철 교수는 합의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일본군위안부연구회 회장인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도 “위원회 참여 제안을 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나눔의집 관계자만 “여가부를 통해 참여 제안을 받았으나 거주 피해자들이 합의를 반대하고 있어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창록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일본군에 끌려가 성노예가 된 모든 피해자의 문제를 준비위는 마치 생존자 42인에게 돈을 주면 끝나는 문제로 잘못 이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안부연구회 소속인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위안부 운동의 역사와 피해자들의 요구를 잘 이해하는 전문가가 없는 준비위가 피해자들과의 한두 차례 면담으로 잘못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