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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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이야기/아동·가족

‘맞춤형 보육’ 한다더니…‘맞춤반’ 되레 눈칫밥

남지원 2016. 10. 13. 18:53

네이버의 한 육아 커뮤니티에 ‘맞춤형 보육’ 정책 실시로 7월부터 맞춤반은 차량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한 어린이집의 통지문이 올라와 있다. 네이버 캡처
지난 3월부터 14개월 된 둘째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사이버대학 강의를 듣고 있는 주부 김모씨(36)는 당장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다음달부터 주부의 구직·임신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외벌이 가정의 0~2세 영아는 기본 하루 6시간(오전 9시~오후 3시)까지만 어린이집을 이용하게 하는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는데 어린이집에서 ‘맞춤반 영아 수가 5명에 불과해 하원 차량을 운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오후 5시 차량으로 집에 오던 아이를 오후 3시에 직접 데려오려면 수업을 많이 빠져야 한다”며 “구직확인증 유효기간이 7월 중 끝나 종일반 신청을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맞춤형 보육 시행을 앞두고 보육현장에서 종일반 자격에 해당되지 않는 외벌이 가정 아이들이 유무형의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늘고 있다. 맞춤반은 정부가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보육료가 종일반(12시간)의 80%라 어린이집에서 맞춤반 아동을 기피하는 탓이다. 

보육서비스 유형이 종일반뿐이던 시절엔 자녀를 늦게 데리러 가는 맞벌이 부모가 어린이집 ‘눈치’를 봐야 했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는 맞춤반을 이용해야 하는 주부들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한 전업주부는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만 종일반 신청이 안됐다고 한다. 원장이 ‘아르바이트를 하든지 둘째를 임신하면 안되겠느냐’고 했다”고 썼다. 또 다른 전업주부는 “아이가 차별을 받을까 봐 불안하다”고 적었다.

어린이집이 부모들에게 ‘종일반 자격을 허위 신청하라’고 요구하는 일도 벌어진다. 21개월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전업주부 ㄴ씨(37)는 “어린이집에서 ‘어떻게든 조건을 맞춰서 종일반 신청을 해달라’고 했다”며 “원장이 불법을 조장하는 것 같았지만 아이 때문에 항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종일반 신청 서류를 허위로 제출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한국어린이집연합회는 “보육료가 적정원가에 미달해 맞춤형 보육 시행으로 보육료가 감액되면 정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올해 0~2세 보육료를 6% 인상한 데다 맞춤형 보육 영아가 전체의 20%에 불과해 총보육료 규모는 지난해보다 4.2%(1083억원) 많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육교사들은 어린이집 운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민간·가정어린이집들이 일괄적으로 보육교사들의 근무시간을 1시간씩 줄이고 급여를 20만원씩 삭감할 거라는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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