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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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이야기/아동·가족

맞춤형 보육 시행 코앞…현장은 여전히 ‘아우성’

남지원 2016. 10. 13. 18:54

여·야·정이 지난 16일 ‘맞춤형 보육’ 7월 시행을 잠정합의했지만, 현장의 혼란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합의 내용을 보건복지부가 검토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적용이 확정된 것은 아닌 데다 합의 내용 자체도 어린이집 수입 감소를 보전하는 데 집중됐을 뿐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부모들의 불편 해소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기관을 통해 취업을 준비 중이라 종일반 증빙서류를 제출하기 어려워 두 살배기 둘째를 맞춤반에 보내야 하는 김모씨(35)는 “2자녀 가정이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좋겠지만 아직 검토하겠다는 것뿐이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지 않으냐”며 “당장 며칠 뒤부터 아이를 6시간만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게 돼 현장실습 기관에 어렵게 양해를 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맞춤반 기본보육료는 종전대로 지원하고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는 다자녀 가구의 범위를 기존 3자녀 이상에서 일부 2자녀까지 확대하는’ 여야 합의안을 차차 ‘검토’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당장 2주 뒤 시행되는 맞춤형 보육이 어떻게 실시될지는 아직 안갯속이다.

여야 합의안을 복지부가 모두 수용하더라도 사각지대는 남는다.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는 “아이가 하나뿐이고 둘째 계획은 전혀 없는데 만약 여야 합의안대로 시행되면 우리 아이만 맞춤반이라 어린이집에서 눈칫밥을 먹게 될까봐 걱정된다” “큰아이와 둘째 터울이 커서 영·유아 2자녀에 해당하지 않아 해당사항이 없을 것 같다” 등의 ‘성토 글’들이 넘치고 있다.

보육교사들에게 튄 불똥도 여전하다. 서울 가정어린이집에 근무하는 한 영아반 교사는 “원장님이 1시간 일찍 퇴근하면 월급 10만원을 반납하고 2시간 일찍 퇴근하면 20만원을 반납하는 식으로 보육교사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본보육료를 80% 준다더니 갑자기 100% 줘야 한다는 식으로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 도입·추진 과정이 잘못됐다는 뜻”이라며 “이처럼 불안을 야기했다면 정책을 재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을 재설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와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는 여야 합의에도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오는 23~24일 휴원을 강행할 예정이라 현장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동의 없이 운영시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거쳐 운영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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