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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이야기/여성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내팽개친 정부

남지원 2016. 10. 13. 18:56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 지원을 위해 예산을 편성해 놓고도 한 푼도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정부가 사실상 위안부 기록물 세계유산 등재 지원을 내팽개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남인순 위원장(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 명목으로 올해 예산 4억4000만원을 편성했지만 지금까지 이 예산을 전혀 집행하지 않았다. 여가부는 위안부 피해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13년부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해 왔고 전임 조윤선·김희정 장관도 등재 추진 계획을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 후부터 “민간단체가 하는 일”이라며 태도를 180도 바꿨다.

정부가 편성된 예산조차 집행하지 않을 정도로 몸을 사리는 동안 등재사업을 맡아 하는 민간단체는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한국위원회’는 지난달 중국 등 7개국 시민단체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본부에 기록물 등재 신청을 냈다. 한국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등재 여부가 결정되는 내년 10월까지는 홍보와 자료보완 작업을 위해 사무실 임대료나 번역료 등이 계속 들어가는데 정부가 잡힌 예산조차 내주지 않고 있어 대책회의까지 했다”고 전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기록유산 등재사업은 기록물 소장자인 민간단체에서 추진하는 만큼 정부 관여 없이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 집행하지 않았다”며 “예산을 불용 처리할지 다른 용도로 이용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내년 예산안에는 아예 기록유산 등재 관련 예산을 편성조차 하지 않았다.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이 여가부에서 제출받은 내년도 예산안에는 기록유산 등재뿐 아니라 교육콘텐츠 제작, 국제학술심포지엄 등 올해는 예산이 편성됐던 위안부 기념사업 관련 5개 항목 예산 11억5000만원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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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 지원을 위해 편성된 예산조차 쓰지 않은 데 대해 주무부처인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민간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더 이상 예산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2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지원을 위한 올해 예산 4억4000만원을 편성하고도 집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지난해 문화재청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민간 차원에서 등재를 신청하는 것이 좋다고 했으며, 그 이후로 민간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더 이상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지난해까지 등재 사업을 주도적으로 홍보하고 지원한 데 대해서는 “시작단계에 민간 지원요청이 있었고 관련 자료 중 국가가 보유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에서 협조했던 것”이라며 “이제 자료 축적이 다 됐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충분한 지원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과 권용현 차관이 2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강윤중 기자


하지만 실제로 정부 예산 지원이 끊이면서 유네스코 위안부 기록물 등재 사업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한국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전날 경향신문에 “지난달 유네스코에 등재를 신청했지만 내년 10월 등재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는 자료 보완과 홍보 등을 위한 사무실 임대료, 번역료 등 각종 비용이 계속 필요하다”며 “갑자기 정부 예산을 받을 수 없게 돼서 비용을 참여 단체들이 분담해 내는 방안까지 생각을 해봤지만 영세한 시민단체들이 감당할 수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가부는 2013년부터 위안부 기록물 등재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고 이듬해부터 본격 추진해왔지만 올해부터 돌연 ‘민간의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사실상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 이후 입장이 바뀐 것이다. 이날 여가위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은 민간에서 하더라도 정부에서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지 않느냐”며 “여가부에서 그간 열심히 준비해왔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예산지원 방안을 다시한번 의논해달라”고 거듭 촉구했지만 강 장관은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강 장관은 이날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등이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출연하기로 한 10억엔의 성격을 배상금이라고 보느냐, 위로금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일본이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대해 일본 정부 예산이 출연된 것으로 합의가 돼 있다”고만 대답하며 즉답을 피해갔다. 

앞서 김태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준비위원장은 지난달 말 준비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10억엔의 성격은 배상금이 아니라 치유금”이라고 말했다가 ‘사실상 배상 성격’이라는 외교부의 기존 설명과 배치된다는 논란이 일자 하루만에 “국가 범죄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한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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