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정현 KBS 보도개입]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KBS 보도국장에 전화해 기사 삭제 요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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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KBS 보도개입]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KBS 보도국장에 전화해 기사 삭제 요구

남지원 2016. 10. 13. 19:02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공영방송KBS의 보도를 총괄하는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정부를 이렇게 짓밟아서 되겠느냐”, “대통령이 KBS를 봤다”며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압박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1986년 ‘보도지침’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지 30년 만에 청와대가 공영방송의 보도를 통제한 구체적인 정황이 또다시 폭로된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7개 언론단체는 3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수석과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의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닷새 뒤인 4월21일 밤 KBS <9시뉴스>에 해경 비판 리포트 7건이 보도되자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그렇게 해경과 정부를 두들겨 패는 것이 맞느냐”고 항의했다. 해경 산하 진도선박관제센터가 세월호 탈출명령을 선장에게 맡겨놓은 채 적극적으로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보도에 대해 “해경이 아니라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잘못”이라는 취지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이 전 수석은 “9시 뉴스에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내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이 “우리 보도가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고 항변하자 이 전 수석은 “솔직히 말해서 의도가 있어 보인다. 이상한 방송들이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이 몰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차례 언성을 높이고, 비속어와 욕설도 거침없이 사용했다.

이 전 수석은 <9시뉴스>에서 해경을 비판하는 리포트가 8건 보도된 4월30일에는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라며 심야 뉴스인 <뉴스라인>에서는 해당 아이템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걸로 대체를 해 주든지 녹음 한 번만 더해달라”고 직접적으로 아이템 교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이날 밤 <뉴스라인>에서는 <9시뉴스>에 방영됐던 아이템 중 해군과 해경의 손발이 맞지 않아 사고 초기 시간을 허비했다는 리포트가 실제로 빠졌다.

김 전 국장은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의 보도 개입 의혹을 폭로했다가 KBS로부터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지난 4월 법원은 김 전 국장의 징계무효소송 판결에서 “길 전 사장이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보도를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언론노조는 길 전 사장과 이 전 수석을 지난 5월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전 수석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엔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해경이 실제 바다 위에서 그 일을 하고 있으니 선수습하고 그 뒤에도 문제는 사라지는 게 아니니 이후 비판하자는 취지였다”며 “지금 시간이 지나고서 돌이켜봤을 때는 국민들과 언론인 여러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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