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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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이야기/여성

화해치유재단 출범 강행.. 막무가내 첫발

남지원 2016. 10. 13. 19:13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도출 후 7개월 만에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출연하기로 한 자금 10억엔의 이전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을뿐더러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계획도 불분명한 상태다. 의문투성이인 운영 방향을 둘러싸고, 재단이 왜 지금 출범해야 하는지 존재 이유 자체부터 비판이 일고 있다.

시위 28일 화해·치유재단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바비엥 스위트에서 재단 출범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리기 직전 재단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여성가족부 등록 비영리법인인 화해·치유재단은 28일 오전 1차 이사회와 출범식을 개최했다. 재단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김태현 성신여대 명예교수가 이사장직을 맡았고 일본 전문가 및 법조계 인사 등 이사진 10명이 구성됐다. 



그러나 정작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애썼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나 위안부 전문가는 이사진에서 빠졌다.

캡사이신 맞는 김 이사장 28일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이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도중 한 남성(왼쪽)이 뿌린 캡사이신을 맞고 있다. 최미랑 기자

재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한다”는 공식적 취지 외에 구체적 사업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재단 정관에 규정된 사업 목적 역시 피해자 명예와 존엄 회복 및 상처 치유를 위한 각종 사업, 재단 목적에 부합하는 기타 사업으로 명확하지 않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계획에 대한 질문에 “일본 측이 출연하는 10억엔은 피해자 지원에 모두 쓰일 것”이라며 “할머니들의 요구가 모두 달라 맞춤형 지원을 계획 중”이라고만 설명했다.

재단 재원으로 사용될 10억엔 출연 전까지 사업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깜깜이’다. 재단은 이미 서울 중구의 한 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했으나 정부 관계자는 사무실 계약금과 보증금 등을 어떤 재원으로 집행했느냐는 질문에 “지출 시기를 조정하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재단 설립부터 운영까지 정부가 관여하면서도 ‘민간재단’ 형태를 고수한 것이 국회 감시를 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재단 이사진에는 외교부와 여가부 담당국장 1명이 당연직 이사로 포함됐으며, 여가부는 이날 서기관급 공무원 등 2명을 재단 상근직원으로 파견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피해자 단체들은 여전히 재단 설립에 반대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생존해 계신 피해자 중 37명을 만났으며 그중 대다수가 재단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 시작 전에는 대학생 10여명이 단상을 기습 점거하고 합의 무효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돼 간담회가 30여분간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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