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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훈장과 권력’ 취재 보도 최문호·박중석 기자

남지원 2016. 10. 13. 19:19

대한민국 정부가 친일인사 222명에게 훈장을 수여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뉴스타파 특별기획 <훈장과 권력> 시리즈를 취재한 최문호(왼쪽)·박중석 기자.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기사를 지키기 위해 사표를 던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잘 나가던 탐사기자 최문호씨는 이 기사를 지키기 위해 KBS를 그만뒀습니다.”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최승호 앵커는 지난달 말 <훈장과 권력> 4부작 시리즈가 방영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뉴스타파는 이 시리즈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포함해 백선엽·박흥식·김활란·노덕술·김창룡 등 친일인사 222명이 440건의 정부 훈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친일인사 훈장 수여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기에 집중됐다. 

당초 훈장 취재를 처음 시작한 곳은 KBS였다. 그러나 이를 완성시킨 주역은KBS가 ‘친일과 훈장’ 방영을 가로막자 미련 없이 사표를 내고 뉴스타파로 이직한 최문호 기자(49)와, 역시 KBS 출신으로 2012년부터 뉴스타파에서 일한 박중석 기자(47)였다. 이들은 지난 1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훈장은 우리 사회의 가치를 비추는 프리즘 같은 존재”라며 “어떤 대통령이 어떤 사람에게 훈장을 수여했는지, 그것이 공동체에 어떤 여파를 만들었는지를 통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KBS에 재직했던 2013년 동료 기자들과 ‘훈장’ 시리즈를 처음 기획했다. 행정자치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거친 끝에 지난해 전체 72만건의 서훈 내역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간첩과 훈장’, ‘친일과 훈장’으로 이루어진 ‘훈장 2부작’ 시리즈 제작을 거의 마쳤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으로 예정됐던 방송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지난 2월에야 1부 ‘간첩과 훈장’이 <시사기획 창>을 통해 겨우 방영됐다. 그러나 방송분은 “정부기관이 반론하지 못한 내용은 모두 빼라”는 데스크의 무리한 지시에 따라 난도질당한 상태였다. 최 기자는 “공영방송이 공안기관의 발표를 받아쓰며 간첩단 사건을 대대적으로 기정사실화했던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방송을 꼭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한발 물러섰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2부 ‘친일과 훈장’은 아직까지 방송되지 않았다. KBS는 지금도 “재취재 지시를 내린 상태”라고만 밝혀 여전히 방영 여부는 기약 없는 상황이다. 

최 기자는 결국 지난 3월 KBS를 떠나 뉴스타파로 이직했다. 이직 당시만 해도 같이 훈장을 취재했던 두 기자가 아직 KBS에 남아있기 때문에 KBS가 계속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을 놓치면 이 아이템이 영원히 묻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친일파 후손 문제를 집중 취재했던 박 기자가 합류하며 4월부터 훈장 취재는 급물살을 탔다.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민주 없는 훈장’과 ‘친일 훈장’, ‘훈장의 수사학’ 등 아이템을 정리했다.

이들의 보도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악랄한 고문으로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목숨을 앗아간 노덕술 등 친일인사들과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등 군사정권의 주역은 훈장을 받았지만 박종철·이한열·전태일 열사 등은 훈장을 받지 못했다.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안장된 사람들 중 민주화운동만으로 훈장을 받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이달 중 <훈장과 권력> 4부작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두 기자는 연말까지 훈장 관련 취재와 보도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박 기자는 “훈장이 헌법정신과 독립운동 정신, 민주이념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렇지 못하다면 그 이유가 뭔지 더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이번 보도를 통해 서훈이 마땅히 취소되어야 할 사람은 취소되고,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은 받게 되길 바란다”며 “전태일·이한열 열사와 이소선여사가 훈장을 받을 때까지 계속 취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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