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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 화해치유재단 송금.. 정부 '나눠주기 심부름' 하는 꼴 본문

우리나라 이야기/여성

10억원 화해치유재단 송금.. 정부 '나눠주기 심부름' 하는 꼴

남지원 2016. 10. 13. 19:24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약 108억원)을 송금했다. 이 자금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현금으로 지원될 방침이지만 이를 민간 비영리법인인 화해·치유재단이 아닌 외교부가 결정, 발표해 ‘한국 정부가 일본에서 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나눠준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에 10억엔을 송금하는 수속을 완료했다고 31일 보도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일본에서 송금을 했다고 알려왔으며 1일 중 입금 처리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측에서 출연금 수신이 최종 확인되면 지난해 합의에 따른 일본 측 조치는 모두 마무리된다. 재단은 10억엔 중 8억엔으로 생존 피해자들에게 1억원, 사망자 유족들에게 2000만원 규모의 현금을 지원하고 남은 2억엔은 기념사업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이 방침은 외교부가 일본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설립 과정에서부터 재단이 여성가족부 산하 비영리법인임을 강조했으며 정관에도 재단 사업내용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실제로는 이사회가 아닌 정부가 재단 설립 과정부터 사업방향까지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2차례 열린 재단 이사회에서는 사업방향과 재단 운영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정관 통과 외에 특별히 의결한 내용이 없다. 

사실상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을 한국 정부가 받아서 나눠주는 셈이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일본 정부가 여전히 강제성과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범죄를 은폐하고 법적 책임을 부정하는 행태에 한국 정부가 스스로 심부름꾼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출연금의 성격을 끝내 명확하게 하지 않은 채 돈을 받은 것도 두고두고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국제기관 등 거출금’ 명목으로 정부 예비비 10억엔을 출연했으며 배상금 성격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나눔의집에 거주하는 피해자 6명은 법적 배상금이 아니라며 수령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합의에 따른 조치를 끝냄에 따라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이전 문제를 일본 측이 다시 들고나올 가능성도 크다. 우리 정부와 김태현 재단 이사장은 수차례 소녀상과 10억엔 출연은 별개라고 주장했지만 교도통신은 이날 “다음 초점은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위한 한국 측 대처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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