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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 늑장 보고·콜레라 뒷북 대응…방역체계 ‘있으나 마나’ 본문

우리나라 이야기/보건·복지

C형 간염 늑장 보고·콜레라 뒷북 대응…방역체계 ‘있으나 마나’

남지원 2016. 10. 13. 19:26

건국대 충주병원이 지난 7월 초 C형간염 감염자 2명 발생을 확인하고도 보건당국 보고 시에는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혈액투석 환자임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은 C형간염 표본감시기관이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12일 병원이 3번째 환자 발생을 알리며 스스로 집단감염을 의심하고 신고할 때까지 한 달간 손을 놓고 있었다. 올여름 C형간염과 콜레라 등 감염병이 잇따라 발생하며 국민들의 불안이 커졌지만, 일선 의료기관과 방역당국은 안이한 대처와 한발 늦은 대응으로 질타받고 있다.

2일 질병관리본부와 건대충주병원에 따르면 병원은 지난 7월4~5일 혈액투석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 대한 혈액검사 과정에서 환자 2명이 C형간염 양성인 것을 확인했다. 이 병원은 C형간염 표본감시 의료기관으로 지정돼 매주 한 차례 환자 현황을 보건당국에 보고하게 돼 있다. 병원 측은 보건소에 C형간염 환자 2명이 늘었다는 사실을 보고했지만 환자들이 혈액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피를 걸러서 재주입하는 혈액투석 환자는 C형간염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 병원에서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 73명 중에는 C형간염을 앓는 환자 3명도 포함돼 있어 원내감염 가능성이 의심되는데도 국가방역체계가 이를 잡아내지 못한 것이다. 병원 측은 “감염 가능성을 의심해 원래 6개월마다 실시하는 C형간염 검사를 7월에 이어 8월에도 실시하는 등 자체 대응을 했고, 3번째 추가 감염자 정밀검사 결과가 나온 8월12일 즉시 신고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표본감시기관에서 환자 2명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이미 7월에 받았는데도 병원 측이 3번째 감염자 확인 사실을 신고해올 때까지 감염경로 확인 등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의료기관이 신고를 미적거리고 방역당국이 대응 시점을 놓치는 상황은 최근 수차례 반복됐다. 지난 3월 질병관리본부는 서울 동작구의 한 의료기관에서 일회용 주사기가 재사용된다는 신고를 받고도 35일 뒤에야 환경검체 수거에 나서는 바람에 피해보상에 필요한 증거인 바이러스 검출에 실패했다. 보건복지부는 C형간염 집단발병이 반년간 세 차례나 반복된 뒤에야 표본감시 대상인 C형간염을 전수감시 대상인 3군 감염병에 포함시키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경남 거제에서 환자 3명이 나온 콜레라 대응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 환자가 방문했던 거제의 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수양성 환자가 나오면 신고해달라는 보건당국의 당부에도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경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첫 번째 환자와 두 번째 환자의 콜레라균 유전형이 일치하는 것이 확인된 지난달 26일부터 해수 오염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질병관리본부와 해양수산부는 지난 1일에야 거제 앞바다에 배를 띄워 플랑크톤을 채취했다. 이미 첫 환자가 거제에서 해산물을 섭취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나 감염원을 영영 확인하지 못할 가능성까지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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