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난달 8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사진)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청으로 나란히 바티칸을 방문했다. 페레스와 아바스는 교황과 함께 평화를 기원하는 올리브 나무를 바티칸 정원에 심었다. 하지만 나무가 채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공습을 퍼부었다.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23일까지 640여명이 숨지고 4000여명이 다쳤다. 페레스 대통령은 오는 27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가 물러나면 이스라엘 내 온건파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존재감 잃은 페레스, 그마저도 떠나면 이스라엘은 극우파가 점령 총리와 외무장관을 3번씩 지낸 페레스는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비둘기파’ 정치인이다. 이츠하크 라빈 총리 내각에서 외무장..
말레시이아 여객기 격추 사건의 피해국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가 유독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꺼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15명을 포함해 43명의 말레이시아 국민이 사망했다. 사고 후 네덜란드와 호주 등 다른 피해국들은 사건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비판 공세를 퍼붓고 있는 반면, 말레이시아는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비판하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다만 라마단이 끝나는 28일 전까지 희생자 시신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리우 티옹 라이 교통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사고 현장이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말레이시아 정부, 러시아와 잘 지내고 싶어해" 뉴욕타임스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러시아를 비난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였고 미..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계 민족주의자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저격한 1914년, 대서양 건너 영국 식민지였던 중미 카리브해의 바베이도스에서 나고 자란 조지 블랙맨은 17살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령 바베이도스 정부는 “모든 영국인은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독려했고 유럽으로 갈 군인을 모집했다. 카리브해의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는 제국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져나가고 있었다. 블랙맨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나이가 어렸던 블랙맨은 18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영국의 카리브해 연대에 합류해 유럽으로 가는 수송선에 몸을 실었다. 1만5000여명의 카리브해 출신 병사들이 블랙맨과 함께 참전했다. 그는 ..
여객기 피격 희생자 시신, 곧 가족 품으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피격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희생자들의 시신이 조만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22일 친러시아 반군이 시신 200여구를 실은 냉동열차를 사고 현장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동부 도시 카르키프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카르키프에 도착한 네덜란드 조사단은 시신을 일단 네덜란드로 이송한 뒤 신원 확인 작업을 거쳐 유족에게 인계할 예정이다. 사고 여객기에 장착된 블랙박스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확보했다. 반군은 여객기 추락 현장에서 수거한 블랙박스 2개를 이날 말레이시아 정부에 넘겼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는 “블랙박스가 훼손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군은 블랙박스를 넘겨주면서 ‘국제민간항..
러시아 "반군에 미사일 제공 안했다"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참사로 궁지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진상규명을 돕겠다면서도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서방을 향해 날을 세웠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공정한 사고 조사를 촉구하는 독자적인 결의안도 제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반군에 부크 미사일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재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20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시신 수습과 블랙박스 회수를 돕겠다”고 약속했다고 네덜란드 정부가 밝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누구도 이 비극을 이기적이고 편협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주도하는 대표성 있는 전문가 그룹의 조사를..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참사 후 현장조사를 둘러싸고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압박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와 서방국가들은 현장을 조사해 이 사건이 우크라이나 동부를 장악한 친러시아 반군의 소행이라는 것을 밝혀내려 하는 반면 반군은 조사단의 현장 접근을 막고 시신을 가져가는 등 은폐를 시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은 “반군에 영향력이 있는 러시아가 진상규명에 협조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반군은 “블랙박스를 회수했고 조사를 위해 넘겨주겠다”며 국제사회의 조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군, 시신 전부 가져갔다"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본부는 20일 “수습한 시신을 반군이 모두 가져갔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서는 이날까지 196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시신을 수습한 것은 정부 비상대책본부 요원들이었지만, 무장한 ..
298명의 사망자를 낸 17일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격추 사고를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누가, 왜 민간 여객기를 격추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당사자로 거론되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나 친러시아 반군 모두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1만m 상공을 지나는 여객기를 공격할 수 있는 강력한 미사일도 많지 않다. 추측은 무성하지만 분명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누가 민간 여객기를 공격했나 정황상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반군이 여객기를 우크라이나 군용기로 오인해 공격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키예프포스트는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가 반군 소속 대원의 전화를 도청한 녹취록 2건을 공개했다. 첫 번째 녹취록에서 한 반군 대원은 “우리가 조금 전 비행기 한 대를 격추했다”고 러시아 정보기관 관리에게 보고했다...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17일(현지시간) 민간 여객기가 미사일에 격추돼 탑승객 298명 전원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친러시아 반군은 서로에게 격추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 항공기 격추 사건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이번 사건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보잉 777 여객기는 오후 5시15분쯤 고도 1만m 상공에서 관제탑과의 교신이 끊겼다. 승객 283명과 승무원 15명을 태운 이 여객기는 러시아 국경에서 50여㎞ 떨어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샤흐툐르스크에 추락했다. 탑승객들은 모두 사망했다. ‘우크라 사태’가 여객..
오는 10월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67)이 월드컵 준결승전 참패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났다. 월드컵 개최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를 진압하고 110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어 치른 월드컵에서 사상 최악의 결과가 나오자 모든 화살이 대통령에게 쏟아지고 있다. 브라질 준결승전 참패 후 호전됐던 여론 다시 악화 8일 벨루오리존치에서 열린 월드컵 4강전에서 브라질은 독일에 1-7로 참패했다.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독일이 5골을 몰아치자 브라질 관중은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호세프를 거론하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고 브라질 일간 풀랴 지 상파울루가 보도했다. 브라질 전역에서는 폭동에 가까운 소요가 일어났다. 상파울루에서는 버스 20여대와 승용차 2..
요르단에 정착한 시리아 여성 난민 수아드는 자신을 찾아온 유엔난민기구의 조사원들에게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하얗게 남은 반지 자국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는 원래 결혼반지가 있었습니다. 전쟁통에 남편과 이별하고 아이들과 함께 시리아에서 탈출한 그녀는 집세를 낼 돈도, 아이들에게 먹일 것을 구할 돈도 없자 결국 애지중지하던 결혼반지를 빼서 팔았습니다. 그 돈으로 먹을 것을 사고, 집세도 낼 수 있었죠. 그녀는 결혼반지를 판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리아에서 잃어버린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지금 혼자 남았고, 내 손에는 이제 반지도 없지만, 내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에요" 요르단 북부 국경지대에 도착한 난..
독일 정보기관인 독일연방정보국(BND) 요원이 미국에 자국의 기밀을 팔아넘긴 혐의로 붙잡혔다.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전화통화를 감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틀어졌던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4일 두 명의 독일 하원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31세의 독일 정보요원이 미국에 독일 하원 조사위원회의 문서를 팔아넘기는 등 이중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연방검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독일 하원 조사위원회는 지난해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NSA의 정보 수집 문제를 다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밀문서 팔아 3400만원 챙긴 이중간첩 이 요원은 2년 동안 이중간첩으로 일하며 218건의 기밀문서를 훔쳤고, 이 중 독일 하원 조사위원회와 관련있는 3..
31일 동안 바다 속에서 생활한 한 남자가 ‘바닷속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 기록을 세웠다. 프랑스의 해양학자인 파비앙 쿠스토(46)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51년 전 자기 할아버지가 세운 기록을 깼다. 쿠스토는 수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달 1일 잠수기술자 2명을 대동하고 미국 플로리다주의 바다에서 18m 깊이까지 잠수해 해저실험실 ‘아쿠아리우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31일이 지난 2일 아침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때까지 연구팀과 다큐멘터리 제작자들과 함께 물 속에서 생활했다. 이로써 그는 바닷속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이 됐다. 종전 기록은 쿠스토의 할아버지가 세운 것이었다. 역시 해양학자였던 자크 쿠스토는 1963년 홍해에 위치한 9m 깊이의 실험실에서 30일 동안 생활했다. 쿠스토는 할아버지와 함께 ..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의 손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팔레스타인 10대 소년 무함마드 아부 크다이르(16)가 ‘산 채로 불타 죽었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경찰은 6일 이 사건의 용의자로 유대인 6명을 체포했다. 압델가니 알오와위 팔레스타인 통합정부 법무장관은 “부검에 참여했던 의사로부터 받은 결과에 따르면 크다이르의 폐와 기관지, 목 등에서 화상 흔적이 발견됐다”며 “이는 크다이르가 불에 타고 있는 동안 숨을 쉬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4일 보도했다. 알오와위 장관은 “피해자는 몸의 90%에 화상을 입었고 머리를 돌 같은 단단한 것으로 맞은 흔적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이를 토대로 크다이르가 산 채로 불태워졌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은 6일 크다이..
중국 한나라의 수도였던 산시성 시안에서 서역으로 가는 관문인 옥문관을 지나 서북쪽으로 올라가면 간쑤성의 과저우(瓜州)에 이른다. 지금은 사막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흙을 쌓아 만든 집터만 남아 있지만 한때 이곳은 실크로드가 지나가는 요충지였다. 한나라, 당나라 시절 중국 북서부의 문화·경제 중심지였던 쒀양(鎖陽)이 그곳이다. 한때 이곳에는 1000개가 넘는 작은 탑들이 줄을 맞춰 서 있는 거대한 사원이 있었다고 한다. 쒀양을 지나 톈산산맥 남쪽 길을 따라가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투르판에 다다른다. 산지에서 내려온 두 물줄기 사이에 섬처럼 자리한 자오허(交河)가 거기에 있다. 위구르식으로는 야르, 혹은 야르나즈라 불렸다. 고대 중국 서쪽의 독립국이었던 차사전국(車師前國)의 도성이자 천혜의 요새였던 자오허(아래 ..
지금까지 최저임금제가 없었던 독일에서 내년부터 처음으로 최저임금제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노동자들은 앞으로 최소 1만1700원의 시급을 받게 된다. 독일 하원은 3일 535명의 찬성으로 최저임금제를 승인했다. 단 5명만이 반대했고 61명이 기권했다. 오는 9월 이 법안이 상원에서 승인되면 내년 1월부터 독일 전역에서 최저임금제가 실시된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8.5유로(한화 약 1만1700원)로 결정됐다. 유럽연합(EU)국가들 중 룩셈부르크, 프랑스, 벨기에, 아일랜드, 네덜란드에 이어 여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내년도 최저임금인 시간당 5580원보다는 약 2배 많다. 독일은 최저임금제가 없는 EU의 7개국 중 하나였다. 수십년 동안 독일에서는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임금을 결정했다..
프랑스인 세 명 중 두 명은 판사 매수 및 권력 남용 등의 혐의로 최근 기소된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정계 복귀를 바라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여론조사업체 CSA가 프랑스 BFM TV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1012명의 응답자 중 65%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복귀를 바라지 않는다고 답했다. 33%의 응답자들만 여전히 사르코지의 복귀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반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지지자들은 여전히 그의 복귀를 바랐다. 대중운동연합을 지지하는 응답자 중에서는 “여전히 사르코지가 복귀해서 대선에 출마하길 바란다”고 밝힌 사람이 72%나 됐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