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7일 열린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위안부 합의 청문회’나 다름 없었다. 강 후보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합의에 대해 “진일보한 합의”라고 평가했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사업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서 외교부 입장만 옹호하는 것은 큰 문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평화의 소녀상’ 이전에 대해선 정부 관계자로선 이례적으로 “한·일 합의사항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동의했다. 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안부 문제는 피해 할머니들의 상처가 깊고 오래돼서 현실적으로 어떤 결론이 나도 상처가 치유되기 어렵다”며 “현실적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한 결과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고노 담화나 아시아여성기금 등에서 나아진 것이 없는 ..
세 살 난 딸아이는 “아빠보다 뽀로로가 더 좋다”고 했다. 아빠는 그제야 가족 안에서의 ‘내 자리’를 돌아보게 됐고 때마침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아내는 일과 육아를 도맡아하며 허덕였다. 상사의 만류에도 그는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최근 아이는 “뽀로로가 좋냐, 아빠가 좋냐”는 물음에 “아빠가 제일 좋아”라고 대답했다. 아내와의 관계도 좋아졌다. 6일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아빠 육아휴직 체험수기집’ 에 나오는 고현철씨(35)의 이야기다. 아직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직장이 많고 남성 육아휴직자는 찾아보기도 어렵다. 지난해 11월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0.9% 증가했지만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아직 5.5%에 불과하다. 환경이 뒷받침됐거나, 어..
캐나다가 수용하기로 한 시리아 난민 2만5000명 중 처음으로 입국하는 163명이 10일(현지시간) 캐나다 공군 수송기편으로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레바논 베이루트를 출발해 독일 쾰른에서 중간급유를 받고 대서양을 건너 토론토까지 긴 여정을 마쳤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직접 공항에 나가 난민들을 맞이했다. 캐나다 정부는 공항에 특별 입국시설을 설치해 난민들의 입국 절차를 진행했고, 간단한 건강진단도 실시됐다. 추운 날씨에 대비하기 위해 겨울옷도 준비했다. 현재 캐나다 정착을 위한 심사를 신청한 시리아 난민은 1만2000여명이다. 이날 캐나다 최대 일간지 토론토스타는 이례적으로 1면에 “난민들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사설 전문을 소개한다. 시리아에서 새로..
지난달 26일 프랑스 서부 도시 렌의 한 아파트에 있는 환경운동가 아멜리의 집에 무장 경찰들이 들어왔다. 영문을 모른 채 항의하는 아멜리를 한 경찰이 바닥에 밀어붙였고, 이웃들은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경찰은 아멜리에게 다음달 12일까지 렌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되며, 하루 세 번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고, 오후 8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집에만 머물러야 한다고 통지했다. 아멜리의 좌파 환경운동가 지인들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낭트 주변 신공항 건설 반대시위를 한 적 있는 아멜리의 친구 마리도 가택연금됐다. 마리는 29일 프랑스24 방송 인터뷰에서 “저항할 권리가 범죄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30일 개막된 파리 기후변화총회를 앞두고 불법시위를 막겠다며 환경운동가 24명을 가택연금했다..
‘두렵지 않다(Meme pas peur).’ 지난 한 주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많이 보고 들은 말이다. 테러리스트들의 목표는 사회에 공포를 심는 것이므로 이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나는 카페 테라스에 있다’ ‘모두가 비스트로에 있다’는 해시태그(꼬리말)를 달고 카페에 나와 앉아 일상을 즐기는 사진을 올리는 운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평온하던 금요일 밤을 할퀸 테러를 진심으로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일주일 가까이 지난 19일(현지시간)에도 시내의 명소에는 찬바람만 돌았다. 평소라면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을 루브르박물관 앞은 한산했고, 관람객보다는 보안 병력이 더 많았다. 에펠탑은 전망대로 올라가는 4개 출입구 중 하나를 개방했으나 역시 입장객은 거의 ..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났던 프랑스 파리 시내 바타클랑 공연장에서 몇백m 떨어진 곳에 오마르 이븐 엘카타브 모스크가 있다. 금요일이면 기도하러 오는 사람이 1500여명이나 되는 곳이다. 테러 다음날 밤 10시쯤, 세 남성이 모스크 앞에 와 “이 종교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소리치며 욕설을 퍼부었다. 모스크 바로 앞에 사는 모로코·튀니지계 이민 2세 대학생 아메드(20)도 이 소리를 들었다.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한 보이지 않던 반감이 이제 눈에 띌 정도다. 두 번의 테러 이후 프랑스인들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그는 말했다. 모스크 측은 다음날 “이슬람도 테러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문에 붙였다. 모스크의 행정담당자 아마디 하마미(46)는 18일 “여기 기도하러 오던 이들 중에도 사망자가..
프랑스의 정치엘리트 양성소로 불리는 그랑제콜 시앙스포(파리정치대학) 정치학부 2학년생인 아르노(18)와 아샤드(19), 마티아스(19)는 17일(현지시간) 파리 7구에 있는 학교 앞에서 전날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발표한 새 법안을 놓고 한참 동안 토론을 벌였다. 아르노가 “프랑스가 경찰국가화되고 개인에 대한 감시가 지나치게 강해질 수도 있어 걱정된다”고 하자 이란계 이민 2세인 아샤드는 “걱정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예외적인 긴급상황에 국가권력이 강해지는 것이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르노는 “현 사회당 정부라면 큰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혹시나 다음 대선에서 극우파가 집권하면 매우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
ㆍ“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헌혈센터 앞 ‘연대의 긴 줄’ 16일 저녁(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큰 병원인 피티에 살페트리에르 국립병원에 설치된 프랑스헌혈재단(EFS) 헌혈센터를 찾아갔다. 문 앞에 “업무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시민들의 발길은 저녁 늦게까지 이어졌다. 테러 다음날 헌혈에 나선 시민들이 줄을 섰던 곳이다. 토요일에 문을 열어 헌혈을 받았던 센터는 일요일에 평소처럼 문을 닫았다가 월요일을 맞아 다시 문을 열었다. 아침부터 센터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병원 메운 나눔의 헌혈 프랑스 파리 시내 피티에 살페트리에르 국립병원에 설치된 헌혈센터에서 16일(현지시간) 젊은이들이 줄을 지어 헌혈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검정 가죽점퍼에 미니스커트 ..
ㆍ“우린 두렵지 않다”…파리 시민들 ‘분노 이긴 의연함’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어제와 같은 오늘’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400명 가까이 숨지고 다치게 만든 동시다발 테러 후 사흘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는 평온을 찾기 위해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긴장감은 가시지 않았지만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더욱 늘었다. 광장의 촛불은 밤새 꺼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삶은 계속될 것”이라며 서로를 다독이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뒤 프랑스가 받은 최악의 공격이라는 이번 사건 뒤 처음 맞는 월요일. 오전 8시 무렵, 시내 중심가 레퓌블리크(공화국) 광장으로 통하는 지하철역에는 출근길 시민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안(47)은 초등학생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이 불법점령한 팔레스타인 내 정착촌에서 생산된 제품의 원산지를 ‘메이드 인 정착촌(made in settlement)’으로 표기하기로 했다. EU는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사업자가 팔레스타인 영토인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의 정착촌에서 생산한 제품을 유럽에서 판매할 경우 정착촌에서 만든 상품이라는 내용을 라벨에 의무적으로 표기해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이스라엘인이 소유한 기업이나 농장이 이스라엘의 법적 국경 바깥에서 생산한 과일과 채소, 와인, 꿀, 올리브오일, 계란, 가금류, 유기농 상품, 화장품 등에 적용된다. 영국과 벨기에, 덴마크는 이미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EU 전체 회원국에서 ‘메이드 인 정착촌’ 표시를 붙이게 됐다...
전쟁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헤어지게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70년이 지나서야 한 묘지에 묻힌 쌍둥이 형제와 화상채팅으로나마 재회한 옛 연인의 사연을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나란히 공개했다. ■참전 미군 쌍둥이 형제, 72년 만에 함께 묻히다 미국 뉴욕 퀸스에서 유년기를 보낸 이란성 쌍둥이 마이클 레일리와 제임스 레일리는 스무 살이 되던 해인 1943년 나란히 해병대에 입대했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그해 11월 형제는 당시 일본군이 장악하고 있던 태평양 키리바시공화국의 베티오 섬에 파견됐고 전투 도중 제임스가 마이클의 눈앞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해병대원 1000명이 숨진 격렬한 전투에서 마이클은 간신히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제임스의 시신은 다른 병사들처럼 섬에 묻혔다..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성애자 잡지 표지인물(사진)이 됐다. 미국 성소수자 대상 패션잡지 ‘아웃’은 주목할 만한 성소수자 100명을 소개하기 위해 매년 발간하는 특별호 ‘아웃100’의 표지에 “우리의 대통령-협력자, 영웅, 우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의 흑백사진을 실었다. 미국 대통령이 동성애자 잡지 표지인물이 된 것은 처음이다. 잡지는 “2015년은 모든 미국인이 결혼할 권리를 보장받은 해”라며 이런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을 표지에 올렸다고 소개했다. 잡지는 “미국의 44대 대통령이 LGBT(성소수자) 미국인들의 권리를 지키는 일을 중요한 업적의 하나로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전히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잡지 인터..
“이민을 통제하고 유럽 통합에 더는 종속되지 않겠다”는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유럽연합(EU)을 나가겠다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협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캐머런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영국 정부의 EU 개혁 요구사항을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에게 공식 전달했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 총선에서 2017년까지 EU와 개혁 협상을 벌인 뒤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EU를 탈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압도적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영국 요구사항의 핵심은 ‘유연한 EU’ 안에서 영국의 자율성을 최대한도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첨예한 문제는 이민자 제한이다. 캐머런 총리는 자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에게 영국에서 거주하며 세금을 낸 지 4년이 지나야 거주지원 등 복지혜택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
1972년 1월30일 일요일. 영국 북아일랜드 도시 데리에서 시민 수만명이 거리로 나섰다. 영국군이 북아일랜드 독립투쟁을 벌인 인사들을 재판 없이 억류하고 있는 데 대한 항의였다. 가톨릭교도가 많이 사는 데리는 중앙정부로부터 도로나 주택 인프라, 교육시설, 선거제도 등 여러 면에서 차별받아왔고, 영국에서 떨어져나와 아일랜드에 귀속돼야 한다는 분리주의자들의 투쟁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시의회 쪽으로 행진하다 바리케이드에 막힌 이들이 돌을 던지기도 했지만 시위대는 모두 무장하지 않은 시민들이었다. 그런데 오후 4시쯤 공수부대가 발포를 시작하며 거리는 아수라장이 됐다. 총에 맞아 쓰러지고 장갑차에 치인 시민들이 속출했다. 항복의 표시로 흰 손수건을 흔들거나 쏘지 말라고 애원하다 사살된 사람도 있었다. 3..
ㆍ15년간 온실가스 36% 증가…2도가 재앙 마지노선 올해 지구 평균기온이 사상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1도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세계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다.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올해 그 절반까지 온 셈이다. 영국 기상청 소속 기후변화 연구기관인 해들리센터는 올해 1~9월 지구 기온이 1850~1900년 평균치보다 1.02도 높았다는 측정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스테픈 벨처 센터장은 “강력한 엘니뇨 현상이 올해 나머지 기간 동안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화가 시작된 것은 1750년대지만, 이 시기에는 신뢰할 수 있는 기온 측정값이 없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협의체(IP..
ㆍ모딜리아니 ‘누워 있는 나부’ 중국인 부호 수집가 사들여 20세기 초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가 그린 ‘누워 있는 나부’(Nu couche)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경매 미술품이 됐다. 이 작품은 9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분간의 입찰경쟁 끝에 1억7400만달러(약 1972억원)에 낙찰됐다. 뉴욕타임스는 낙찰자가 전화로 입찰한 중국인이라고 보도했지만 정확한 신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경매를 통해 팔린 미술품 중 가장 비싼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로, 카타르 왕실이 지난 5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7936만5000달러에 낙찰받았다. 경매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개인매매까지 포함하면 세계 최고가 그림은 폴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다. 역..
지난달 이집트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추락한 러시아 여객기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비행기가 폭탄에 의한 폭발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90%라는 진술이 나왔다. 이집트 정부 사고조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사고기 블랙박스에 기록된 마지막 순간 조종실 소음은 폭탄이 터지는 소리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조사와 분석에 따르면 블랙박스에 녹음된 소리는 폭탄”이라며 “우리는 폭탄이 터졌다고 90%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슬람국가(IS) 시나이지부는 이 여객기를 자신들이 추락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위는 아직 공식적으로 사고 원인이 폭발이라고 밝힌 적이 없다. 아이만 알 무카담 이집트 조사위원은 전날 공식 발표에서 자동항법장치 비행 중 비행기가 공중에서 쪼개..
ㆍ‘키 큰 후보 선호하는 유권자 의식’ 지적에 캠프선 함구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이 ‘키를 부풀렸다’는 논란에 휘말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최근 보도했다. 2008년 민주당 경선 당시 선거캠프가 발표했던 힐러리 전 장관의 키는 167.5㎝(5피트 5인치)였지만 이번 선거에서 언론에 보도된 키는 173.7㎝(5피트 7인치)로 2인치 커졌다. 힐러리 캠프는 이 차이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제이 매슈는 최근 칼럼에서 힐러리 전 장관의 ‘성장’에 대해 “의학적 기적”이라고 비꼬며 180㎝가 넘는 조 바이든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힐러리 전 장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선거 ..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칠레의 대표 시인 파블로 네루다(사진)가 군부에 타살당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칠레 정부가 인정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5일(현지시간)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던 네루다가 다른 이유 때문에 사망했을 가능성을 칠레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칠레 내무부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같은 내용의 문건을 지난 3월 작성했다고 인정했다. 이 문서는 “네루다의 죽음은 제 3자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내무부는 전문가 조사단이 아직 논쟁중이며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도 밝혔다. 네루다는 칠레뿐만 아니라 20세기 중남미와 전세계의 대표 시인 중 하나로 꼽히며,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칠레의 대표적 좌파 정치인이기도 하다. ..
ㆍ11월5일 나타난 ‘가면들’…그들은 누구인가 5일 저녁, 어둠이 깔린 영국 런던. 젊은이들이 트라팔가 광장과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앞에 집결했다. 평화롭게 시작한 집회는 밤이 깊어지면서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경찰차에 불을 지르거나 폭약을 던진 시위대 50여명이 체포됐다. 이날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창백한 얼굴에 가느다란 수염, 장밋빛 뺨을 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썼다. 가면을 쓰고 시위를 벌인 이들은 1만8000여명에 달했다. 이날 시위는 해킹그룹 어나니머스가 ‘가이 포크스의 날’을 맞아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였다. 반정부 저항세력의 상징처럼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은 17세기 한 종교 근본주의자에서 유래됐다. 1605년 영국 왕 제임스 1세의 종교정책에 불만을 품은 가톨릭 교도 가이 포크스는 웨..
ㆍIS 소행 결론 땐 9·11 이후 최악의 항공테러 “이집트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추락한 여객기를 폭파시킨 것은 이슬람국가(IS)다”라는 설을 뒷받침할 분명한 증거는 아직 없다. 블랙박스 해독이나 기체 잔해 분석 같은 공식 조사가 끝나기 전에는 정황증거만이 존재할 뿐이다. 만일 이 사건이 테러로 결론난다면 항공기 4대를 동시에 납치해 저지른 2001년 9·11테러 이후 최악의 인명피해를 낳은 여객기 테러로 기록된다. 부모와 함께 숨진 ‘최연소’ 10개월 아기 추모 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추락한 러시아 여객기 탑승자 중 최연소로 확인된 다리나 그로모바(10개월)가 탑승 전 공항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모습을 담은 사진이 4일 공개됐다. 함께 탑승한 부모도 사고로 숨졌고, 추모객들이 소셜미디어에..
ㆍ영국 정부 ‘최고위급’ 의혹 제기에ㆍ미 정보당국도 “화물칸 설치 정황” 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추락해 224명의 사망자를 낸 러시아 여객기 사고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연계단체의 폭탄테러였을 가능성이 미국과 영국에서 잇따라 제기됐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스카이TV 인터뷰에서 “여객기가 추락하자마자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IS 시나이지부의 주장을 포함해 모든 정보들을 검토한 결과 (IS가 공격의 배후일)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전날 영국 총리실도 성명을 내고 “여객기가 폭발장치에 의해 추락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는 사고기가 이륙한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공항을 오가던 항공편을 전면 중단..
이란에 문을 열었던 ‘짝퉁 KFC’가 오픈 이틀만에 문을 닫는 처지가 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헤란 서부에 생겼던 패스트푸드점 ‘KFC 할랄’은 지난 1일 영업을 시작했다가 경찰 단속에 걸려 3일 문을 닫았다. 이란 경찰은 이 패스트푸드점이 허위 영업허가증으로 무단 개점했기 때문에 폐점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지만, 매장 매니저 아바스 파주키는 이란 반관영 타스님뉴스통신에 “폐점조치는 오해에서 비롯됐다. 경찰이 이 매장을 미국의 KFC라고 착각했다”고 말했다. 3일 폐쇄된 이란 수도 테헤란의 ‘짝퉁 KFC’. 간판에 ‘KFC 할랄’이라고 적혀 있다. 테헤란|AFP연합뉴스 아주키의 설명에 따르면 ‘KFC 할랄’은 미국의 유명 패스트푸드점 KFC를 모방한 터키 브랜드다. 미국 KFC와는 ..
ㆍ언론 인터뷰서 ‘이유’ 첫 고백 지난해 63세의 나이로 자살한 미국 배우 로빈 윌리엄스(사진)가 퇴행성 치매를 앓고 있었고, 병을 극복하는 데 실패하자 좌절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고인의 부인인 수전 윌리엄스가 3일(현지시간) 밝혔다. 수전은 이날 공개된 미 ABC방송 와 피플지 인터뷰를 통해 윌리엄스가 자살한 이유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는 “남편이 자살한 것은 우울증 때문이 아니었다. 우울증은 남편이 앓았던 병의 수십가지 증상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수전에 따르면 윌리엄스는 죽기 전 퇴행성 치매의 일종인 루이소체 치매 진단을 받았다. 루이소체 치매는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치매의 일종으로, 심리적 불안정과 환각 증상, 운동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수전은 “마치 두더지 게임처..
한국은 전세계에서 28번째로 살기 좋은 나라지만, 시민들간의 상호 신뢰나 협조 정도가 선진국 중 눈에 띄게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연구소가 2일(현지시간) 발표한 ‘2015년 레가툼 세계 번영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28위를 기록했다. 레가툼연구소는 2009년부터 매년 142개국을 대상으로 89가지 지표를 측정한 뒤 이를 경제, 기업가정신·기회, 교육, 보건, 안전, 국가통치, 개인의 자유, 사회적 자본 등의 항목으로 분류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살기좋은 나라 순위’ 지도. 지도에 초록색으로 표시된 나라는 1위~30위, 노란색은 31위~60위, 주황색은 61위~90위, 빨간색은 90위 아래. 레가툼연구소 한국은 경제와 안전 분야에서 17위를 기록해 상위권을 기록했다. 기업가 정신·기..
총선에서 압승해 단독정부를 꾸리게 된 터키 집권여당 정의개발당(AKP)이 승리 하루만에 반대파 언론인들을 잡아 가뒀다. 유럽 선거감시단들은 총선 공정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총선 다음날인 2일(현지시간) 터키의 좌파 반정부 성향 잡지 노크타는 자사 편집장 등 편집인 2명이 이날 경찰에 체포돼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 잡지는 최신호 표지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11월 2일 월요일, 터키 내전의 시작”이라는 제목을 달아 내보냈다. 지난 선거운동 과정이 나라를 깊이 분열시키고 갈등을 유발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문제가 된 잡지 ‘노크타’ 최신호 표지. 표지에 적힌 문구는 ‘11월 2일 월요일, 터키 내전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잡지 최신호는 시중에서 전량회수됐고, 편집인들은 폭력을..
15년, 5748일 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사람이 체류하는 대기록이 세워졌다. 2000년 11월2일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이 승무원 3명을 태우고 ISS에 도킹한 지 2일로 꼭 15년이 지났다. ISS에 머무르고 있는 우주인 6명은 이날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조촐한 만찬을 즐기며 인간 거주 15주년을 자축했다. 앞서 우주에 사람이 연속 체류한 최고 기록은 소련이 1986년부터 2001년까지 운용했던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세워진 9년 357일이었다. 400㎞ 상공에서 지구를 90분에 한 바퀴씩 돌고 있는 ISS는 우주개발을 향한 국제사회 협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ISS 건설 과정에는 16개국이 동참했고, 현재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러시아연방우주국,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터키는 민주주의 대신 안보를 택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1일 조기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압승을 거뒀다. 개표 결과 49%의 득표율을 기록한 AKP는 전체 의석 550석 중 과반인 316석을 차지해 단독정부를 출범할 수 있게 됐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이 134석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 6월 총선에서 13%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원내에 처음 진입한 쿠르드계 정당 인민민주당(HDP)은 59석을 얻었다. 극우 민족주의행동당(MHP)은 4위로 처졌다. 에르도안 지지자들 환호 터키 집권 정의개발당(AKP) 지지자들이 1일 이스탄불의 AKP 당사 앞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AKP는 전날 실시된 조기총선에서 단독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이스탄불 | ..
이란이 36년 만에 ‘시리아 내전 해결사’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시리아 내전 해결을 위한 다자회의에 참석했다. 이란과 함께 시리아 내전의 주요 관련국들인 미국·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터키·카타르·중국 등 17개국 외교장관 또는 고위 외교당국자가 참석했고 유엔과 유럽연합(EU)도 배석했다.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전쟁과 관련 있는 주요국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도 처음이지만 세계가 가장 주목한 것은 이란의 등장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후 반미국가들과만 제한적 외교관계를 맺어왔고, 핵 협상장 외에 시리아 내전 등 중동 역내 문제를 다루는 회의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의 가장 중요한 행위자 중 하나인 이란 없이 시리..
알카에다 전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도왔다는 혐의로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던 영국 영주권자 샤케르 아메르(48·사진)가 14년만에 출소해 영국으로 돌아왔다고 BBC방송 등이 30일 보도했다. 아메르는 이날 오후 12시57분(현지시각) 개인용 제트기를 이용해 런던 비긴힐 공항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그를 맞이하기 위해 구급차가 도착했다. 영국 총리실은 “곧 필요한 보안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아메르의 석방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아메르는 영국인 여성과 결혼해 영국 영주권을 얻었고, 런던의 한 로펌에서 아랍어 통역사로 근무하며 이민자 관련 업무를 많이 처리했다. 여가시간에는 난민들을 돕기도 했다. 2001년 그는 가족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으로 이주해 이슬람 자선단체에서 일했다.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