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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부가 “올해를 아동학대 근절 시스템 구축 원년으로 선포한다”며 지난 3월 내놓은 아동학대 방지 종합대책은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달 2일 햄버거를 먹고 이를 닦던 중 쓰러져 숨진 4세 소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아동학대 방지 그물망을 수립하겠다던 정부 대책은 너무나 쉽게 다섯번에 걸쳐 뚫렸다. 우리 사회는 또 하나의 어린 목숨이 꺼져가는 것을 모른 채 지나쳤다. 보육원에서 엄마 손에 인계된 후 한 달 만에 모진 폭행을 당하다 숨진 것으로 조사된 ㄱ양의 생애 마지막 한 달을 따라가 봤다. ㄱ양이 살던 집 주변에는 도보로 5~10분 거리에 주민센터, 보건소, 병원, 학교, 지구대가 몰려 있었지만 ㄱ양은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보육원 입·퇴소를 관리하는 인력이 1명뿐인 지자체는 아이를 ..
지난해 10월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수민이(가명)는 생애 첫 어린이날을 영아원에서 보냈다. 수민이 엄마는 교회에서 만난 남자와 함께 살다가 아이를 가졌다. 수민이를 낳았을 때 아이 아빠와는 헤어진 상태였다. 가족과 연락도 끊겼고 교회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은평천사원에서 0~3세반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최소한의 규정조차 안 지켜 교회 목사는 “암암리에 아이를 보내는 곳이 있고 얘기도 다 끝났다”며 출생신고를 만류했다. 다행히 수민이가 태어난 병원에서 위험한 낌새를 느끼고 아이의 퇴원을 막았다. 수민이는 태어난 지 2주 만에 미혼모단체와 병원의 도움으로 출생신고를 마쳤..
윤수(13·가명)는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아이였다. 고소득 전문직인 부모 밑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 공부도 말도 잘했다. 윤수 아버지는 아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윤수를 끼고 함께 문제집을 풀었고 답을 틀리면 때렸다. 결국 문제를 풀면 “하니까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폭력은 윤수를 올바른 길로 이끄는 수단이었다. 답을 틀렸을 때 회초리 한두 대로 시작됐던 매질은 갈수록 심해졌다. 나중에는 아이의 옷을 벗기고 때리거나 밤새 때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윤수는 언제부턴가 거짓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폭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버지의 입맛에 맞는 대답을 지어내게 된 것이다. 거짓말이 들키면 아버지는 더욱 화를 냈다. 맞은 얼굴이 부어올라 학교에 가지 못한 ..